어머니,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제천에 가시면 어떻게 해요!” 우리 자녀들은 극구 말렸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가야 그들이 장사를 하지, 내가 가야 물건을 줄 수 있단다하며 며칠 동안 감기 몸살로 누워 계시더니 일어나시며 기차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섭니다. 어머니는 제천, 영월 중앙시장에 버선을 도매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가게 주인들에게 물건을 대주기까지는 신뢰를 쌓아야만 했습니다. 맨 처음 버선을 들고 가서 시장의 상점 주인들에게 버선을 사 줄 것을 부탁하면 하나같이 원금보다 싸게 들여놓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내가 이 버선을 한 죽(열 벌) 550원에 가져옵니다. 그렇게 드리면 나는 한 푼도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원가에 달라고 하니 이번에는 원가에 드립니다. 다음에는 600원을 내야 합니다.” 하며 주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상점 주인들이 깎지 않고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상점 주인들과 시작된 관계는 어머니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이들에게는 어머니의 호칭이 장 집사로 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제천,영월 중앙시장의 도매업을 마칠 때에는 여기저기에서 어머니의 단골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서로 돈을 줄테니 팔라고 하셨답니다. 어머니는 그들에게 다른 것 없습니다. 신용을 쌓아 신뢰함을 받으세요, 그들은 당신을 찾을 겁니다.”하고 몇몇 사람들을 단골에게 소개시켜 주었다고 합니다.

   신뢰라는 것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신뢰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갖고 벽돌을 쌓는 것처럼 한장 한장 올라가는 것입니다. 신뢰란 단순히 이해나 순간의 믿음이 아니라 약속과 정직과 성실과 열린 마음이 인정될 때 쌓아집니다. 경험했듯이, 믿음을 갖는 것은 쉽지 않지만 신뢰를 갖는 것은 더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한 순간에 깨어질 수 있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깨어지지 않습니다. 신뢰가 있는 사람으로 작은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던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한시바삐 피난을 떠나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피난길에 빌린 돈을 은행에 갚아야 할 기일이 된 것을 알고 돈을 준비해 은행에 갔습니다. 은행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빌린 돈을 갚겠다고요?” 그는 여러 생각 끝에 돈을 갚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은행 직원에게 영수증에 돈을 받았다는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후 그는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의 은행을 찾아가 융자를 신청했습니다. 그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융자받기를 포기하고 은행 문을 나서려다가, 문득 피난길에 서울에서 갚은 빚이 잘 정리되었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길을 돌려 예전에 받은 영수증을 은행 직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영수증을 본 은행 직원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 바로 당신이군요. 피난 중에 빚을 갚은 사람이 있다고 전해 들었을 때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은행장은 당신처럼 진실하고 정직한 사업가를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필요한 금액을 흔쾌히 융자해 주었습니다. 그는 한국 유리 공동 창업자 최태섭 회장입니다.

   신뢰는 사업자에게는 자본이고, 선생님에게 제자가 있고, 예술가에는 명예가 있고, 권력자에게는 존경이 있고, 친구에게는 우정이 있으며 그리스도인에게는 사명을 얻게 됩니다. 바울은 성경 (20:24“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고 한 고백은 하나님께 신뢰를 받은 바울의 고백입니다. 신뢰는 다른 사람에게 얻기보다 내가 먼저 쌓는 것입니다.-이문주 목사-